ABOUT ME

-

Today
-
Yesterday
-
Total
-
  • [2023.03] 근면성실이란 이름 속에 반차
    일상을 여행처럼 2023. 3. 28. 17:35

    한국인으로 태어났으면 한국인의 문화를 배우고 자란다. 
    학교 다닐 땐 개근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죽을 병에 걸린게 아니라면 학교는 무조건 나가야 했다.
     
    기억에 남는 일화가 고등학교 졸업 후 근태가 망가졌던 학생들에게 타 담임 선생님께서 지각을 결석 처리 하셨나. 그래서 내 친구가 선생님께 큰 저주를 퍼부었던지.. 개근이 사회에 나가서 그 만큼이나 중요한 시절이었다. 
    사회에서도 이 사람이 얼마나 근면성실한가를 개근으로 판단했다. 그리고 그 개근은 회사에서도 적용이 되었다. 
     
    근태는 당연히 중요했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연차란 거의 사용할 수 없었다. 나도 15일을 받았지만 매 년 사용하지 못했다. 내가 나오지 않을 때 백업할 수 있는 사람이 딱히 없었고 상사의 컨펌을 받기 쉽지 않았다.
    "내가 일하는 데 니가 쉬어??" 라는 생각하는 사수가 많았다.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공식적인 여름 휴가가 아니면 눈치보면서 휴가를 써내야했고 그 마저도 다 쓰지 못했다. 
     
    요즘에는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나 이런 분위기 속에 살아와서 그런지 나 조차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. 
    세계 어디서든 살아남는 한국인이었다. 그런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기 위해 우리는 근면성실이 기본이 되어야 했다. 
     
    그리고 나는 해외에 나왔고 일한지 5년이 다 되어갔다. 
    처음에는 회사 일을 배우느라 바쁜 업무를 쳐내느라 공식적인 휴가 이외에는 거의 휴가를 쓸 수 없었다.
    근데 신기한 건 나와 같이 일하는 현지 직원들은 비교적 자유롭다. 자신이 가진 휴가 안에서 몸이 아프면 의사의 처방전과 함께 유급휴가계를 내었고 근무 하루나 이틀 전에 갑자기 일이 생겼다. 
    한국인과 일하는 것에 익숙해진 일부 직원은 일주일이나 한 달 전에 휴가를 계획하고 휴가계를 작성한다지만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. 오늘 몸 컨디션이 안 좋으면 갑자기 나오지 않는 일이 잦았고 가족들에게 일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 였다. 한국일 경우 내가 가니 니가 가니 회사 일을 해야한다. 못간다. 는 이유로 빠지기 어려웠지만 여긴 아니다. 
     
    처음엔 굉장히 어색했다. 고작 그런 이유로 회사를 갑자기?? 회사가 장난인가?? 왜 지?? 라고 생각했다. 
    그런데 어느 순간 익숙해 졌다. 아프면 그래 쉬었다 가야지. 가족이 우선이지. 그리고 그런 배려를 해준 덕택에 직원들이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서로의 업무를 백업하고 있었다. 피해를 주지 않는 다는 선에서 자유로운 휴가는 괜찮아졌다. 
    그리고 몇 년에 한 번씩 길게 휴가를 쓸 일이 있는데 그런 휴가 조차 다들 이해해주는 분위기다. 그 사람의 일이 내가 될 수 있으니까. 그리고 자신의 자유로운 휴가를 쓰는 것이니 말이다. 
     
    이런 문화가 이해된다고 나도 똑같이 적용하지는 않는다. 아무래도 같은 한국인으로서 눈치도 많이 보이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나로써 정말 아직은 어렵다. 
     
    이번 반차는 몇 년만에 써본 것 같다. 아니 거의 처음인가? 신기하다.
    사실 반차를 써 놓고 막상 당일이 되니 반차를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있었는데 이왕 이렇게 쓴 거 이 시간을 누리기로 했다. 
    반차를 쓰면서 원래 구체적인 사유를 항상 말했어야했는데 이번에는 왠일인지 안물어보셨다.  어쩌면 내일 다시 물어보시지 않을까 생각한다. 한국 회사에서 연차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당연하지만 요즘엔 당연하지 않는 사회라고 한다. 
     
    시대가 변하긴 하나보다.. 어쩌면 먼 미래에는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변하는게 아닐까? 왜 쉬어야하는지 사유를 구구절절 설명하고 퇴근 후에는 연락을 받지 않겠다 !

Designed by Tistory.